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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노마드

디지털 노마드를 위한 국가별 비자 가이드 (2025년 최신판)

국경 없는 일터, 이제는 비자가 결정한다

디지털 노마드는 더 이상 소수의 특권층만의 라이프스타일이 아니다. 팬데믹 이후 원격근무가 일반화되면서, 노트북 하나로 전 세계를 일터로 삼는 삶은 점점 보편화되고 있다. 하지만 어느 나라든 체류하려면 합법적인 비자가 필요하며, 이를 충족하지 못하면 장기 체류는 불가능하다. 특히 구직 비자나 관광 비자로는 원격 근무가 법적으로 인정되지 않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디지털 노마드를 위한 전용 비자가 점점 더 중요해지고 있다.

2025년 현재, 각국은 자국 내 소비를 유도하고 창의적 인재를 유치하기 위해 ‘디지털 노마드 비자’를 별도로 발급하기 시작했다. 그 조건은 나라에 따라 천차만별이며, 절차도 복잡할 수 있다. 이 글에서는 한국인을 기준으로 신청 가능한 대표적인 디지털 노마드 비자 4개국을 중심으로 상세히 비교하고, 각국의 장단점과 실질적인 체류 경험을 바탕으로 정보를 전달하려 한다.

 

디지털 노마드를 위한 국가별 비자 가이드

 

포르투갈 - 유럽 내 최적의 노마드 허브

 

포르투갈은 2022년부터 본격적으로 디지털 노마드를 위한 비자를 발급하기 시작했다. 정식 명칭은 D8 비자이며, 해외에서 원격 근무로 수익을 얻는 개인을 위한 장기 체류 허가다. 신청자는 월 최소 €3,280(한화 약 470만 원)의 소득 증빙이 필요하며, 포르투갈 내 주소지 확보와 건강보험 가입이 필수다.

D8 비자의 가장 큰 장점은 비자 승인 후 포르투갈 영주권 및 시민권으로의 전환 가능성이다. 또한 세금 측면에서도, 첫 10년간 외국 소득에 대해 면세 혹은 낮은 세율을 적용받을 수 있다. 리스본, 포르투, 마데이라섬 같은 지역에는 이미 수천 명의 노마드 커뮤니티가 형성돼 있어 정보와 네트워크 확보가 용이하다.

단점이라면, 포르투갈어 기반의 행정 절차가 까다로울 수 있다는 점과 거주지 임대료가 최근 급격히 오르고 있다는 점이다. 실제로 2024년 기준 리스본의 스튜디오 월세는 €1,000를 넘기도 한다.

 

말레이시아 - 동남아의 숨겨진 노마드 파라다이스

말레이시아는 2022년 말부터 DE Rantau 비자라는 이름으로 디지털 노마드를 공식 환영했다. 이 비자는 12개월 동안 체류 가능하며, 1회 연장이 가능하다. 연 소득 최소 기준은 USD 24,000(한화 약 3,200만 원)이며, 말레이시아 현지 주소지와 건강보험이 필요하다.

말레이시아의 장점은 무엇보다 저렴한 생활비영어 중심의 사회 구조다. 수도 쿠알라룸푸르뿐만 아니라 페낭, 랑카위, 코타키나발루 등도 디지털 노마드에게 매우 인기 있는 도시다. 월 100만 원 내외로 쾌적한 숙소와 식사를 즐길 수 있으며, 빠른 인터넷 환경과 카페/코워킹 스페이스도 잘 갖춰져 있다.

다만 단점은 아직 DE Rantau 비자의 온라인 시스템이 완벽하게 구축되지 않아, 현지 에이전시의 도움 없이 자력으로 신청하기엔 다소 번거롭다는 점이다. 또한 장기 체류 시 비자 갱신이 수월하지 않을 수 있으니 사전 계획이 필요하다.

 

에스토니아 - 전자국가의 원조, 디지털 정주민의 첫걸음

에스토니아는 전 세계 최초로 디지털 노마드를 위한 전용 비자(Digital Nomad Visa)를 도입한 나라다. 2020년부터 시행되었으며, 12개월 체류가 가능하고 연장은 불가하다. 월소득은 최소 €3,504(한화 약 500만 원)이며, 서류 심사는 다소 까다롭다.

에스토니아의 독특한 점은 e-Residency 제도를 통해 사업자 등록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즉, 한국에 있으면서도 에스토니아에 회사를 세우고 유럽 전역에 인보이스를 발행할 수 있다. 디지털 노마드 비자를 활용하면, 실제 체류도 병행 가능해져 현실적 사업 기반 확보가 가능하다.

단점은 상대적으로 춥고 긴 겨울, 사회적 거리감, 높은 세율이다. 그러나 EU 국가 내 최초로 정부가 주도하는 디지털 인프라가 완성되어 있어, 기술 기반 프리랜서나 스타트업 창업자에게는 최적의 환경이다.

 

한국은 디지털 노마드를 받아들일 준비가 되었는가?

놀랍게도, 한국은 아직 디지털 노마드를 위한 정식 비자가 없다. 단기 관광비자, 워킹홀리데이, 또는 장기 관광체류 비자(F-1 비자 등)를 통해 머물 수는 있지만, 원격근무를 합법적으로 인정하는 ‘디지털 노마드 비자’는 존재하지 않는다.

하지만 2025년 초, 대한민국 외교부는 "글로벌 인재 유입을 위한 비자 정책 개편안"을 예고한 상태다. 일부 지자체(예: 제주특별자치도, 강원 디지털 헬스시티)는 자체적으로 디지털 노마드 친화 인프라를 구축 중이다. 따라서 머지않아 한국 내에서도 합법적인 노마드 체류가 가능해질 것으로 보인다.

 

삶의 방식이 달라지면, 비자의 개념도 바뀐다

디지털 노마드 비자는 단순한 체류 허가가 아니다. 그것은 새로운 방식의 노동, 새로운 인프라, 새로운 공동체를 향한 진입로다. 자신에게 맞는 국가와 조건을 파악하고, 준비된 서류와 합리적인 재정계획을 통해 도전한다면, 당신도 국경 없는 일터를 손에 넣을 수 있다.

이제 중요한 건 어디로 갈 것인가가 아니라, 어떻게 살 것인가다. 당신의 노트북이 가는 곳이 곧 사무실이 되는 이 시대에, 디지털 노마드 비자는 선택이 아니라 필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