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노마드

디지털 노마드의 연금 및 사회보장 전략

diamondnews 2025. 8. 16. 14:17

자유로운 삶에도 ‘미래의 안전망’은 필요하다

디지털 노마드라는 생활 방식은 현재를 최대한 자유롭게 즐길 수 있는 선택이지만, 시간이 흐르면 누구나 노후와 건강 문제에 직면하게 된다. 정규직 근로자라면 회사가 매달 국민연금이나 사회보장세를 자동 납부하지만, 프리랜서·자영업자 형태의 디지털 노마드는 스스로 연금과 사회보장 체계를 설계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많은 노마드들이 간과하는 부분이 ‘거주 국가가 자주 바뀌면 연금 가입 기간이 단절되거나, 사회보장 혜택이 사라질 수 있다’는 점이다. 국가별 연금 제도는 상호 연계가 제한적이기 때문에, 단순히 “나중에 생각하자”는 태도로 접근하면 노후 보장에 커다란 구멍이 생긴다. 이번 글에서는 디지털 노마드가 고려해야 할 국가별 연금 규칙, 국제 협약, 민간 연금 및 보험 활용 전략, 그리고 사회보장 공백을 최소화하는 방법을 심층적으로 다뤄 보겠다.

 

디지털 노마드의 연금 및 사회보장

 

국가별 연금 제도의 차이와 국제 협약 활용

연금 제도는 국가마다 크게 다르며, 크게 세 가지 유형으로 구분할 수 있다. 첫째, 국가 운영형 공적 연금(예: 한국 국민연금, 미국 Social Security, 영국 State Pension)은 일정 가입 기간을 충족해야만 수급 자격이 생긴다. 둘째, 기업·고용주 제공형 연금(Occupational Pension)은 프리랜서에게 해당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셋째, 개인형 연금(Private Pension)은 가입자 스스로 운용하며 국가와 무관하게 유지할 수 있다.

문제는 국가별 공적 연금 제도가 대부분 ‘국내 거주·근로 기간’을 기준으로 혜택을 산정한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한국 국민연금은 최소 10년 가입해야 연금을 받을 수 있으며, 미국 Social Security는 40크레딧(약 10년 근무)을 채워야 한다. 만약 노마드가 국가를 옮겨 다니며 짧게 일하면, 각국에서 수급 기준에 미달해 혜택을 받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이때 활용할 수 있는 것이 사회보장 협정(Social Security Agreement)이다. 한국은 미국, 캐나다, 독일, 호주 등 30여 개 국가와 협정을 맺어, 서로의 가입 기간을 합산해 수급 자격을 인정한다. 예를 들어, 한국에서 6년, 독일에서 4년을 가입했다면 합산 10년으로 인정받아 연금 수급 자격을 확보할 수 있다. 하지만 모든 국가가 협정을 맺은 것은 아니며, 협정이 없을 경우 두 나라에서 각각 가입 조건을 충족해야 한다. 따라서 노마드는 거주할 가능성이 있는 국가의 협정 여부를 사전에 조사하고, 이동 계획에 반영해야 한다.

 

민간 연금과 투자형 상품으로 사회보장 공백 메우기

공적 연금 가입이 단절될 가능성이 크다면, 민간 연금이 필수다. 민간 연금은 국가와 무관하게 계약에 따라 납입·운용·수령이 가능하므로, 국경을 넘어 생활하는 노마드에게 안정적인 선택이 된다. 대표적으로 국제 금융사에서 제공하는 글로벌 개인연금(International Personal Pension, IPP)이나, ETF·인덱스펀드 기반의 연금형 투자 계좌가 있다.

글로벌 IPP는 달러·유로·싱가포르 달러 등 주요 통화로 운용되며, 거주 국가 변경 시에도 유지 가능하다. 납입금액과 운용 방식을 유연하게 조정할 수 있어, 프로젝트 수입이 불규칙한 프리랜서에게 유리하다. 단, 수수료 구조와 중도 해지 조건을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

또 다른 전략은 연금저축펀드개인형 퇴직연금(IRP) 같은 투자형 상품을 활용하는 것이다. 일부 국가는 비거주자도 계좌를 유지할 수 있게 해주므로, 출국 전 이런 계좌를 개설해 두면 이후 해외에서 납입을 이어갈 수 있다. 장기적으로는 인덱스 ETF에 분산 투자하여 물가상승률을 상회하는 수익률을 목표로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사회보장(건강보험·실업급여·산재보험) 대안 마련

연금 외에도 건강보험·실업급여·산재보험 같은 사회보장 제도는 노마드에게 복잡한 문제다. 거주지가 자주 바뀌면 국가 건강보험 자격이 상실되거나, 실업급여 수급이 불가능할 수 있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노마드들은 국제 건강보험(International Health Insurance)이나 여행자 장기보험을 활용한다.

국제 건강보험은 전 세계 대부분 국가에서 치료비를 보장하며, 응급 이송·본국 송환까지 지원하는 경우가 많다. 보험료는 일반 여행자보험보다 비싸지만, 장기 거주·근무 환경에서는 필수다. 실업급여와 산재보험은 대부분 국가에서 고용관계가 있어야 수급 가능하므로, 프리랜서는 해당 제도에서 배제되는 경우가 많다. 대신 소득보장보험(Income Protection Insurance)을 가입해 갑작스러운 질병·사고로 근로 불능 시 일정 소득을 보장받는 방법이 있다.

사회보장 공백을 줄이는 또 다른 방법은 멀티 거주지 전략이다. 예를 들어, 1년 중 일부 기간은 국민연금·건강보험 가입국에서 거주하며 최소 가입 기간을 채우고, 나머지는 해외에서 생활하는 방식이다. 이 전략은 협정국가에서 특히 유리하다.

 

노마드의 미래는 계획이 만든다

디지털 노마드의 연금·사회보장 전략은 단순히 돈을 모으는 것이 아니라, 국제적 제도 이해 + 민간 금융 활용 + 보험 설계라는 세 축이 함께 작동해야 한다. 현재의 자유를 누리면서도 미래의 안전망을 구축하려면, 이동 국가의 제도와 협약을 사전에 조사하고, 공적·민간 상품을 병행하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특히 장기적인 관점에서, 연금 가입 단절과 사회보장 공백을 최소화하는 것은 ‘미래의 삶의 질’을 좌우한다. 결국, 노마드의 진정한 자유는 지금의 선택이 아니라, 미래를 준비한 선택에서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