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노마드

코스타리카 디지털 노마드 비자, 진짜 살기 좋은가?

diamondnews 2025. 8. 2. 23:55

중남미에서 살아볼까? 코스타리카가 노마드를 부른다

디지털 노마드에게 있어 국가 선택은 단순한 여행지가 아닌 ‘삶의 무대’를 고르는 일이다. 빠른 인터넷, 안전한 사회, 체류를 허용하는 비자, 낮은 물가와 더불어 ‘삶의 질’까지 고려해야 한다. 그런 조건 속에서 최근 주목받고 있는 국가가 바로 코스타리카다.

코스타리카는 ‘중남미 속의 유럽’이라 불릴 만큼 치안과 민주주의가 안정되어 있고, 풍부한 자연환경과 의료 시스템, 그리고 디지털 인프라까지 잘 갖춰져 있다. 2022년부터는 디지털 노마드 전용 비자(Digital Nomad Visa)를 공식 도입하며, 원격근무자에게 장기 체류의 문을 열었다. 그렇다면 코스타리카는 정말 노마드가 살기 좋은 나라일까? 단순한 정책 이상으로 실질적인 삶의 질과 조건을 중심으로 분석해보자.

 

코스타리카 디지털 노마드 비자

 

코스타리카 디지털 노마드 비자의 핵심 조건

2022년 발효된 ‘Law 10008’에 따라, 코스타리카는 외국인 원격근무자에게 최대 1년간 체류 가능한 디지털 노마드 비자를 제공하기 시작했다. 해당 비자는 1회에 한해 추가로 1년 연장이 가능하며, 총 2년까지 거주가 가능하다.

주요 신청 조건은 다음과 같다:

  • 국적 요건: 비자 면제 국가 국민 (한국 포함)
  • 소득 요건: 최소 월 $3,000 이상 (1인 기준) / 가족 동반 시 $4,000 이상
  • 소득 유형: 해외 고용, 프리랜서, 자영업, 플랫폼 수익 등 모두 허용
  • 수익 증빙 서류: 최근 12개월간의 은행 거래 내역, 급여 명세서, 세금 신고서 등
  • 건강보험 가입: 체류 기간 전체를 커버하는 민간 의료보험 필수
  • 범죄 경력 확인서: 자국 정부 또는 국제 공증 인증 필요

비자 신청은 온라인(Tramite Ya 플랫폼)을 통해 진행되며, 일반적으로 15~30일 이내에 승인 여부가 결정된다. 승인 후 90일 이내에 코스타리카에 입국해 이민청에서 신분 확인 절차를 마치면, 디지털 노마드로서의 체류가 공식 시작된다.

 

실제 체류 환경: 기대 이상일까, 현실일까?

코스타리카는 중남미 국가 중에서도 비교적 안전하고 청결한 도시 인프라를 갖춘 곳으로 평가받는다. 수도 산호세(San José)와 디지털 노마드들이 선호하는 도시인 타마린도(Tamarindo), 사마라(Sámara), 산타테레사(Santa Teresa) 등은 각기 다른 매력을 지니고 있다.

생활비는 도시별로 차이가 크다. 수도 산호세 기준으로 월 2,000달러면 중산층 수준의 생활이 가능하며, 해안 지역은 외국인 수요로 인해 렌트비가 다소 높은 편이다. 예를 들어 산타테레사에서 바닷가 인근 1베드룸 아파트의 임대료는 월 $1,200 수준이다.

하지만 그에 상응하는 생활의 질도 상당하다. 신선한 식재료, 자연 친화적 생활, 느긋한 사회 분위기, 그리고 영어 소통이 가능한 커뮤니티가 존재한다. 특히 코워킹 스페이스와 디지털 노마드 전용 리트릿 공간이 늘어나면서, 외로움 없이 일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고 있다.

인터넷 속도는 평균 50~100Mbps 수준으로 대부분의 원격 근무에 지장이 없다. 또한 코스타리카는 의료 인프라가 강한 국가로 알려져 있으며, 공공 병원 외에도 미국식 사립병원이 운영 중이라 긴 체류에도 적합하다.

 

세금, 행정, 체류 중 주의할 점

디지털 노마드 비자를 통한 체류자는 코스타리카 현지 소득세 납부 의무가 면제된다. 이는 비자 기간 동안 적용되며, 해외에서 발생하는 소득에 한해 비과세로 간주된다. 즉, 자국이나 제3국에서 벌어들이는 수입으로 생계를 유지하는 경우라면, 현지 세금 부담 없이 체류가 가능하다.

단, 아래와 같은 행정적 주의사항이 있다:

  • 현지 고용 금지: 현지 기업에 직접 고용되는 것은 불가능하다. 원격근무 형태만 허용된다.
  • 의료보험 필수: 공공 보험은 제공되지 않으며, 체류 전 기간을 보장하는 사보험 가입이 필수다.
  • 비자 연장 조건: 첫 해 종료 시, 동일한 소득 조건을 충족해야 연장 신청이 가능하다.
  • 언어 장벽: 수도권과 일부 관광지를 제외하면 스페인어가 필수적이므로, 기본 회화 학습이 필요하다.

또한 코스타리카의 행정 시스템은 일부 비효율적인 절차가 남아 있어, 비자 신청 시 서류 번역, 공증, 우편 처리 등에 시간이 예상보다 더 걸릴 수 있다. 따라서 여유 있는 일정 계획이 필요하다.

 

살기 좋은 나라일까? 현실적인 평가

코스타리카는 디지털 노마드가 중장기적으로 거주하기에 안정적이고 예측 가능한 국가임은 분명하다. 유럽식 복지 시스템과 자연친화적인 환경, 치안의 안정성, 그리고 비과세 체류 조건은 큰 장점이다.

특히 유럽과 북미에서 온 노마드 커뮤니티가 형성되어 있고, 영어 사용도 가능하기 때문에 사회적 고립이 적다. 코스타리카 정부도 디지털 노마드를 장기적으로 유치하기 위한 정책을 계속해서 강화하고 있는 추세다.

단점으로는 렌트비와 물가 상승, 일부 해안 도시의 외국인 중심 개발로 인한 ‘진짜 코스타리카’와의 거리감, 비자 연장 시 행정 복잡성 등이 있다. 하지만 이러한 단점을 고려하더라도, 코스타리카는 디지털 노마드에게 실질적인 거주 만족도를 줄 수 있는 국가 중 하나임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

 

‘한 번 살아볼 나라’에서 ‘계속 살고 싶은 나라’로

코스타리카 디지털 노마드 비자는 단기 여행이 아닌 삶의 기반으로 삼을 수 있는 체류 시스템이다. 단지 법적 체류만 가능한 것이 아니라, 실제 생활의 안정성과 지속 가능성까지 고려된 정책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자연을 품고, 소득세 부담 없이 일하며, 느긋한 삶의 템포를 경험할 수 있는 곳. 그런 조건을 원한다면 코스타리카는 단순한 체험을 넘어, 진짜 ‘거주지’로서 검토할 가치가 충분한 선택지가 된다. 그리고 그 시작은 단 한 장의 비자 신청서로 가능하다.